오늘은 제가 아이들에게 몬테소리 환경을 구성하게 된 계기를 얘기해보려합니다.
정리하라는 말보다,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먼저였어요
“이제 정리하자!”
말은 쉽지만, 아이들은 정리를 어려워합니다.
저도 처음엔 아이에게 정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말을 했죠.
“한 개만 꺼내자”, “이건 여기 넣는 거야”, “치우고 놀아야지.”
그런데 문제는,
말을 하면 할수록 아이도 저도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이에요.
아이의 입장에서는 정리는 그냥 “엄마가 하라고 해서 억지로 하는 일”이었고,
저는 “왜 또 안 해?”라는 마음이 점점 쌓였어요.
그러던 중 몬테소리 책에서 이런 문장을 읽게 되었어요.
“정리정돈은 말로 배우지 않는다.
환경이 정리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 순간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정말 우리 집은 정리하기 쉬운 공간이었을까?
아이가 자율적으로 물건을 꺼내고, 다시 놓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을까?
그래서 저는 아이의 놀이 공간을 다시 들여다보았어요.
너무 많은 장난감, 무거운 수납함, 라벨도 없는 박스들…
이 환경은 아이에게 ‘정리’를 가르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추상적이었어요.
정리를 가르치는 것보다, 정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걸
그제야 정말 이해하게 되었어요.
“치워!”보다 더 강력한 교사, ‘준비된 환경’
몬테소리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 중 하나가 ‘준비된 환경’입니다.
아이를 훈육하거나 가르치는 게 아니라,
환경을 통해 배울 수 있게 돕는 거죠.
제가 만든 변화는 아주 단순했어요.
장난감 개수 줄이기
: 자주 노는 것만 4~5가지 남기고 나머지는 회전 보관했어요.
카테고리별로 정리하기
: 블록은 바구니 하나, 동물 인형은 또 다른 바구니.
사진 라벨 붙이기
: 아직 글씨를 모르는 아이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그림 라벨을 붙였어요.
아이 눈높이에 맞는 선반 배치
: 스스로 꺼내고 다시 넣을 수 있도록 선반의 위치를 조정했어요.
이걸 바꾸고 난 뒤,
놀랍게도 제가 “정리해”라고 말하지 않아도
아이는 놀이 후 알아서 장난감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정리’라는 행동이 지시가 아닌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거예요.
그제서야 알게 되었어요.
아이에게 가장 훌륭한 교사는 부모의 말이 아니라,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한 공간 그 자체라는 걸요.
정리정돈은 자율성과 자존감을 기르는 시작점이에요
우리가 아이에게 정리를 가르치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
단지 방이 깨끗해서일까요?
엄마가 힘들지 않기 위해서일까요?
사실 정리는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어요.
바로 “자율성”과 “자존감”이에요.
아이는 정리를 통해 이런 것들을 배웁니다:
순서 : “이걸 먼저 썼고, 이제 끝났으니 제자리에 둬야 해.”
소속감 : “이건 내 물건이고, 내 공간을 내가 책임질 수 있어.”
배려 : “다음에 누가 쓸지 모르니까 깨끗하게 놔둬야지.”
저는 정리를 하던 아이가 어느 날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어요.
“엄마, 이건 여기 넣는 거잖아. 내가 할게.”
그 짧은 말 한마디에서
스스로 정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정리하는 기쁨이 느껴졌어요.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정리는 억지로 시키는 일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라는 걸요.
마무리하며,,,
말은 쉽고 빠르지만,
환경은 조용하고 꾸준하게 아이를 바꿔줍니다.
정리정돈 역시 마찬가지예요.
수십 번 말해도 안 되던 일이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시작될 수 있어요.
정리정돈은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더라고요.
부드럽고 따뜻하게 정돈된 환경이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아이의 삶을 안내해주는
가장 훌륭한 교사라는 걸 믿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