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몬테소리를 육아철학으로 선택하게 되었는지, 블로그에 하나씩 기록해보려합니다.
"엄마, 나 혼자 할 수 있어!”
아이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을 때, 저는 사실 순간 멈칫했어요.
‘혼자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시간 너무 오래 걸리면 어쩌지?’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아니야, 엄마가 해줄게” 하고 손이 먼저 나갔죠.
그런데요. 그 작은 손이 제 손을 탁 쳐내며, 다시 말했어요.
“진짜 나 혼자 할 수 있어!”
그날 이후 저는 ‘스스로 한다’는 말의 진짜 무게를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스스로 한다’의 의미
처음엔 저도 그랬어요.
“스스로 하게 해야지”라는 말을 자주 하면서도,
막상 아이가 느릿느릿 신발을 신거나, 물을 흘리면서 마시려 하면
속으로 ‘답답하다…’ 하고, 결국 제가 도와버리곤 했어요.
그런데 몬테소리 육아 철학에서는 ‘스스로 한다’는 건 결과보다 ‘경험의 기회’라고 하더라고요.
단순히 무언가를 “혼자 할 줄 안다”는 게 아니라,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해보는 그 전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
그걸 안 순간, 그동안 제가 아이에게서 얼마나 많은 ‘경험의 기회’를 뺏어왔는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 몬테소리 철학이 알려준 ‘자립’의 시작
몬테소리에서는 자립을 "도와주지 말고, 할 수 있게 준비하라"고 이야기해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너무 냉정하게 느껴졌지만,
실제로 해보니 오히려 따뜻한 배려였어요.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스스로 옷을 입으려 할 때,
매번 옷이 뒤집히고, 팔이 반대로 들어가고, 시간은 세 배로 걸려요.
하지만 제가 ‘옷걸이 높이’와 ‘입기 쉬운 옷’을 준비해두는 것만으로
도움 없이 스스로 해내는 경험을 만들 수 있었죠.
그리고 그날 밤,
“엄마, 나 오늘 옷 혼자 입었어” 하며
뿌듯하게 웃던 아이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건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시작이었거든요.
🔸 시간이 오래 걸려도 기다리는 법을 배우다
사실 ‘스스로 하게 한다’는 건
부모에게도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더라고요.
아침 등원 준비 시간.
밥 먹는 시간.
양치하는 시간…
모든 게 느리고 엉망이 되어도,
입가에 밥풀이 묻은 채로 “나 혼자 다 했어!”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이걸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몬테소리 철학은 저에게 이렇게 속삭여요.
“아이의 속도는 그의 성장이다.
부모가 속도를 줄여야, 아이는 인생을 배운다.”
이 문장을 마음에 품고 나니,
결국 아이의 ‘자립’은 부모의 ‘양보’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어요.
🔸 ‘실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달라져야 해요
처음으로 물을 따르던 날, 아이는 컵에서 물을 흘렸어요.
바닥이 다 젖었고, 수건을 몇 장이나 써야 했죠.
예전 같았으면 “봐, 그래서 엄마가 하랬잖아!” 하고 말았을 거예요.
그런데 몬테소리에서는 실수도 배움의 일부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제가 한 일은
"괜찮아, 물 흘렸네. 같이 닦아볼까?" 였어요.
그리고 아이는 물 닦는 것까지 ‘스스로’ 했어요.
그 날 밤, 아빠에게 자랑하더라고요.
“오늘 물 흘렸는데 내가 직접 닦았어!”
실수를 자랑하는 아이.
실수를 인정하고 대처한 자신이 자랑스러운 아이.
그게 바로 몬테소리가 말하는 진짜 자립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 “스스로 한다”는 건 결국, 아이를 ‘믿는 것’
저는 이제야 알겠어요.
‘스스로 한다’는 말은 단지 행동이 아니라 태도라는 걸요.
✔ 아이를 믿는 태도
✔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는 태도
✔ 실수를 허용하는 태도
✔ 부모가 한 발 물러서는 태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이는 몸으로 느끼며,
‘내가 해도 되는구나’, ‘나는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자존감을 키워갑니다.
마무리하며,,,
지금도 우리 아이는 매일 무언가를 “혼자 하겠다”고 말해요.
어쩌면 내심 “또 시작이구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이 아이가 해보려는 용기를 꺾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스스로 한다’는 건 단순한 독립이 아니라,
아이의 내면에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진짜 인생의 큰 결정을 앞두었을 때
“나 혼자 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지금의 이 느린 걸음들도 다 의미 있었겠지요.
당신의 아이는 오늘, 어떤 걸 ‘스스로’ 하려고 했나요?
그 작은 시도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셨나요?
우리 함께,
천천히 자라는 아이의 속도에
조금만 더 걸음을 맞춰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