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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거 우리 집에도 심어볼까?

by 사랑스런안이맘 2025. 6. 18.

아이에게 '책임감'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장난감을 스스로 치워야 한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 매일 해야 할 일을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건,
책임감은 말로 가르쳐지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무언가를 직접 돌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란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기회는 아주 사소한 일,
하나의 씨앗을 심는 것에서 시작됐어요.

아이의 작은 손이 흙을 만지고, 물을 주고, 기다리고, 관찰하는 과정 속에서
책임감이라는 씨앗도 함께 자라기 시작했어요.

‘엄마, 우리 집에도 심어볼까?’
이 한 마디가 우리 가족의 텃밭 놀이의 시작이었어요.

엄마, 이거 우리 집에도 심어볼까?
엄마, 이거 우리 집에도 심어볼까?

 

🌿 1. 마트 가던 길, 고구마 줄기에서 시작된 이야기

 

어느 여름날, 아이와 장을 보러 가던 길이었어요.
채소 가게 앞에서 아이가 발걸음을 멈췄어요.

“엄마, 이거 고구마야?”
“응, 맞아. 고구마는 땅속에서 자라.”

“우리도 키워볼까?”

사실 저는 집에서 식물을 키워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과연 될까?’라는 의심이 먼저 들었지만,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걸 보고 ‘한번 해보자’고 했죠.

집에 돌아오자마자 작은 화분에 고구마를 심었어요.
아이랑 하루도 빠짐없이 물을 주고, 자라는 모습을 관찰했어요.

신기하게도, 매일 그 고구마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아이의 ‘책임지는 시간’이 됐어요.

스스로 깨달은 거예요.
“내가 돌보는 생명은 내가 지켜야 해”라는 마음을.

이건 제가 아무리 “스스로 해”라고 가르쳐도
절대 만들 수 없었던 아이의 태도였어요.

 

🌱 2. 기다림이 아이를 자라게 해요

 

아이들은 대부분 즉각적인 결과를 좋아해요.
버튼을 누르면 바로 음악이 나오고, 블록을 쌓으면 바로 완성되고,
요즘 장난감은 기다림 없이 ‘재미’를 주죠.

하지만 식물을 키우는 건 다르더라고요.

오늘 물을 줘도, 내일 변하지 않아요.
아이가 아무리 기다려도, 싹이 튀는 건 시간의 몫이에요.

“엄마, 왜 아직도 안 나와?”
“이제 내일은 나오겠지?”

아이의 표정엔 매일 작은 실망과 작은 기대가 번갈아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외쳤어요.

“엄마! 진짜 나왔어!!”

고구마 줄기에서 조그맣게 새싹이 올라왔던 순간이었어요.

기다림 끝에 얻은 기쁨은
아이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뿌듯함을 주었어요.

‘기다릴 줄 아는 아이’로 자라는 과정.
그건 조급해하지 않는 부모의 인내도 함께 필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 3. 키우는 재미가 ‘책임감’이 되는 시간

 

고구마 이후, 우리는 함께 여러 식물을 키웠어요.
방울토마토, 상추, 딸기, 심지어 아이가 유치원에서 받아온 해바라기 씨앗까지.

텃밭은 우리 가족의 작은 놀이 공간이 되었어요.

아이의 하루 일과에 ‘화분 확인’은 빠지지 않았고,
물을 줄 땐 꼭 손바닥으로 물 온도를 확인하더라고요.

한 번은 아이가 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있던 날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를 붙잡고 말했어요.

“엄마, 내 대신 꼭 물 줘야 해. 잊으면 안 돼.”

그 순간 깨달았어요.
이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아이가 소중히 여기는 ‘책임’이 되었구나.

누구도 아이에게 ‘꼭 해야 해’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스스로 책임의 무게를 느끼고 있었어요.

식물을 키우며 아이는 이렇게 배웠어요.
내가 지켜야 하는 것,
내가 돌봐야 하는 것,
내가 기다려야 하는 것.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아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품게 되었어요.

🌈 마무리: 작은 씨앗이 준 큰 성장

 

처음엔 그냥 재미로 시작했던 텃밭 놀이였어요.
하지만 아이는 그 안에서
책임감, 기다림, 관찰, 애정, 그리고 실패도 함께 배웠어요.

때로는 식물이 시들고, 열매가 잘 열리지 않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그 실패조차도 ‘다음엔 더 잘 키울 거야’라고 말하며 다시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이렇게 놀이를 통해 진짜 삶을 배우더라고요.
그리고 부모는 아이의 그런 모습을 ‘기다려주는 연습’을 해요.

누군가는 작은 씨앗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아이에겐 아주 큰 씨앗이었어요.

오늘도 아이는 물을 주고 있어요.
그 작은 손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이가 심은 건 씨앗이 아니라, 책임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