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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신기해요”– 곤충과 가까워진 아이의 마음 성장기

by 사랑스런안이맘 2025. 6. 5.

처음엔 아이도 저도 곤충이 무서웠어요.
갑자기 날아드는 벌, 잽싸게 기어가는 벌레,
어디선가 ‘윙’ 하고 나타나는 소리에 깜짝 놀라곤 했죠.

그런데 바깥놀이를 자주 하게 되면서,
우리는 마주할 수밖에 없었어요.
꽃밭에 앉은 나비, 땅 위를 기어가는 개미,
나뭇가지에 매달린 번데기까지.

도망치기보다 ‘자세히 보기’를 선택하게 된 건
아이의 한 마디 때문이었어요.
“엄마, 개미가 뭐 들고 가는 거 봤어요? 혼자 힘 세다!”

그날 이후, 곤충은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아이의 관찰력과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선생님이 되었어요.
이 글은, 그런 마음의 변화에 관한 기록이에요.

곤충과 가까워진 아이의 마음 성장기
곤충과 가까워진 아이의 마음 성장기

 

 

🐞 1. '무섭다'는 감정 뒤에는 '낯설다'가 있었어요

 

처음 곤충을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놀라요.
“징그러워!”, “무서워!” 같은 말이 먼저 튀어나오죠.

하지만 그 반응 뒤엔 대부분 '몰라서 무서운 것'이 숨어 있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왜 움직이는지, 나에게 해를 끼치는지 아닌지
정보가 없을수록 공포는 커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이와 함께 관찰부터 해보기로 했어요.
개미가 줄지어 가는 걸 따라가 보고,
애벌레가 기어가는 걸 멀리서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가까이서 살펴보게 되었죠.

그렇게 '자세히 보기'가 시작되자, 아이의 말이 달라졌어요.
“개미가 빵 부스러기 들고 가고 있어!”
“애벌레가 나뭇잎을 먹고 있어. 아기 같아!”

무섭다는 감정은 정보와 관찰이 쌓이자
'신기하다', '궁금하다'로 바뀌었어요.
낯섦을 마주하는 법을 배운 거예요.

 

🐛 2. 작은 생명에게 다가갈수록 아이 마음도 자라요

 

어느 날 작은 무당벌레를 발견했어요.
아이가 조심스럽게 손등에 올려놓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어요.
“엄마, 다리 간질간질해요. 근데 예뻐요!”

아이의 손등 위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곤충을 보며,
전에도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꼈어요.
“이 작은 생명도 살아 있구나.”

그리고 아이는 그날 이후로 곤충을 볼 때마다
작게 인사하기 시작했어요.
“안녕, 개미야.”
“잘 가, 나비야.”

이건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어요.
자기보다 작은 존재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존중하는 마음이 자라나는 과정이었어요.

그 모습을 보며,
아이가 크는 건 키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 3. 관찰은 놀이가 되고, 놀이가 배움이 돼요

 

곤충은 사실 최고의 ‘자연 교재’예요.
빠르게 움직이니 집중력을 자극하고,
작은 몸에 다양한 생김새와 행동을 담고 있죠.

아이와 함께 개미를 관찰할 땐
“어디로 가?”, “왜 줄지어 가?”, “뭘 들고 있어?”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오고, 대화가 이어져요.

그걸 글로 적어보기도 하고,
그린 그림에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심지어 개미 마을을 상상해서 블록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이런 과정은 모두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학습이에요.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자연이 자극을 주면 아이는 스스로 호기심을 따라 움직여요.
그게 진짜 놀이고, 깊이 있는 배움이 되더라고요.

 

🧺 마무리하며

 

곤충은 더럽거나, 무섭거나, 꺼리는 존재로 여겨질 때가 많아요.
하지만 자세히 보고, 이름을 알고,
함께 관찰하다 보면
작고 놀라운 생명과 연결되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어요.

아이와 저는 지금도 산책길에서
“저건 무슨 벌레일까?”, “개미가 오늘은 뭐 들고 갈까?”
이야기를 나눠요.

작은 관찰이 큰 공감을 만들고,
두려움이 호기심으로 바뀌는 순간.
그건 교과서로는 절대 가르칠 수 없는,
자연이 주는 가장 순한 배움이었어요.

이번 주말엔 한번 개미를 따라가 보세요.
아이와 함께 무릎을 굽히고 땅을 바라보면,
세상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새삼 놀라게 되실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