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산책을 자주 나가는 편이에요.
동네 뒷산이든, 공원 한 바퀴든, 특별한 계획 없이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자꾸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와 나뭇잎을 주워서
양손 가득 무언가를 쥐고 돌아오더라고요.
“이건 강아지 돌, 이건 엄마 돌!” 하면서요.
저는 그때까지 ‘돌은 돌이고, 나뭇잎은 나뭇잎이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그 안에 이야기를 담아오고 있었어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자연물 수집이 아이의 언어와 감성을 자라게 한다는 걸요.
오늘은 그 돌멩이 하나에서 시작된, 우리 집 자연놀이 이야기예요.
🍁 자연물은 말 없는 이야기책이에요
처음엔 단순한 모양의 돌멩이나 마른 나뭇잎, 솔방울이었어요.
하지만 아이는 그걸 하나하나 바라보며 이름을 붙이고,
그 돌멩이로 무언가 이야기를 지어내곤 했죠.
“이건 엄마랑 나랑 바다 가는 길 돌이에요”
“이건 까마귀가 앉았던 나뭇잎이래요”
놀라웠던 건, 그냥 ‘돌’이라고 하면 끝날 것을
아이는 자기 경험과 감정을 담아 이야기로 만들어 간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걸 들으면서
“이 아이가 언어적으로 자라나고 있구나”를 온몸으로 느꼈어요.
책을 읽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이 책이 되는 순간, 아이는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해요.
그건 어떤 교육보다 깊고 오래가는 배움이었어요.
🍁 수집은 관찰, 정리는 표현이에요
하루는 아이가 주운 자연물을 상자에 차곡차곡 모아두길래
“왜 이걸 모으는 거야?” 물었더니
“내가 좋아하는 걸 모으는 거예요”라고 답했어요.
처음엔 모으는 것 자체가 흥미였지만,
점점 아이는 어떤 걸 고르고, 어떤 건 다시 내려놓는 선택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기준이 점점 뚜렷해졌고,
나중엔 “이건 가벼워서 모을 수 있어. 이건 너무 젖어 있어서 안 돼” 같은 표현도 하더라고요.
관찰력과 기준 세우기, 표현하는 말들까지
이 모든 게 자연물 수집이라는 놀이 안에서 이뤄졌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 상자를 열어 보며 다시 얘기해요.
“이건 비 오던 날 주운 거. 이건 산에서 아빠랑 찾은 거야.”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기록하고 복기하는 거죠.
이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아이에겐 자기 세계를 정리하는 과정이었어요.
🐞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
가끔은 아이가 벌레가 앉았던 나뭇잎을 보여주며
“여기에 무당벌레 있었어. 그래서 이건 특별해”라고 말해요.
그 말 한마디에 저는 놀라요.
이 아이는 지금 세상을 자세히 보고,
그 안에 있는 생명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구나.
자연물 수집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세상을 아끼고, 관찰하고, 연결되는 감각을 길러줍니다.
그건 따로 가르치려 해도 쉽게 전달되지 않는 감정이죠.
관찰하고, 존중하고, 이름 붙여주는 마음.
그게 바로 감수성이고, 배려고, 나중엔 창의력이 되는 것 같아요.
돌멩이 하나에 담긴 감정은 아이의 마음속에서
더 단단하고 넓은 세상으로 향하고 있었어요.
🧺 마무리하며
예전엔 무심히 지나쳤던 길거리 돌멩이,
가을 산책길의 마른 나뭇잎이
지금은 제게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이를 통해 배운 거죠.
자연은 매일 변하고, 그 안엔 매일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걸요.
비싼 장난감이나 특별한 교구가 없어도
자연 속에서 아이는 세상을 읽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중심엔 ‘자연물 수집’이라는 놀이가 있었어요.
혹시 아이가 돌멩이를 주워올 때
“왜 이런 걸 가져와?”라고 한 적 있으신가요?
다음엔 이렇게 말해보세요.
“이 돌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어?”
아이의 세계가 활짝 열리는 순간을
분명 함께 마주하시게 될 거예요. 🌿